높은 파도 아래에서

Ne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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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방주 썰 백업

*2023년 10월 발행한 <바다에서 밀려온 세 가지 이야기들>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스카디는 병원을 나오면서 왼팔을 다른 팔로 매만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어둡고 후끈한 기분뿐이었다. 스카디는 제자리에 서서 몇 번이고 왼팔의 깁스를 왔다 갔다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는 동안 스카디의 옆에서는 계속 병원을 떠나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병원 앞을 장식한 가로수에서도 나뭇잎이 자꾸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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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피아 / Rest In Peace

명일방주 안도아인 x 피아메타

고난의 진술자, 여명의 파괴자, 신에게 선택받은 감시자 피아메타는 지금 땅속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 피아메타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처럼 거칠게 기침을 하며 깨어났다. 떨어진 아이스크림이 돌바닥에서 한가로이 녹는 라테라노의 공기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흙덩어리가 콧속을 타고 목구멍에 떨어져 숨통을 콱 막아버렸다. 입 안이고 밖이고 타액에 축축해진 흙이 마치 피아메타를 이 땅에 처박은 사람의 투박한 손아귀처럼 그녀의 입을 움켜쥐고 있었다. 방향감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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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 / 무선제본 / ±100p / 10000원 수록작 바다에서 밀려온 세 가지 이야기들 [스카스펙] 우리에겐 우리의 태양이 뜬다 파도 소리와 3/4 박자 도솔레스 녹턴 [쏜즈위디] 너의 바다 소용돌이 ++ [스카스펙] 미공개 단편 샘플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10/31 ~ 11/05 23:59 통판 링크: https://witchform.com/deposit_form/508247 문의는 트위터 @bijobj4 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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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즈위디 / 너의 바다

명일방주 쏜즈 x 위디

이베리아의 하늘은 새파랬다. 폭풍이란걸 겪어본 적 없는 하늘처럼 파랬다. 이렇게 누워있자니 세상에 하늘과 그만이 남은 것 같았다. 이베리아의 바람은 말을 한다. 바람은 그와 하늘 사이를 휘이잉 지나갔다. 땅바닥에 마구잡이로 늘어져 있는 그의 머리카락에 흙먼지가 엉켰다. 쏜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테러들 사이로도 바람은 지나갔다. 그것들의 날개 아니면 다리가 바람에 팔랑팔랑 휘날렸다. 그건 땅을 기면서, 땅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도 모르면서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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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명일방주 글래디아

*고어 묘사 주의 몸이 떠오른다. 눈이 부시다. 온몸을 찍어누르던 정적이 화살이 되어 관자놀이를 꿰뚫는다. 그러나 나에게 산산이 조각날 틈이나 무너질 시간 따위는 없다. 물이 차오를 것이다. 달이 차오른다. 언젠가 그녀가 말했던 에기르 도시 한복판의 거대한 석상이 떠올랐다. 경외, 자부, 희망. 썩어빠진 심해를 영원히 밝게 비출 바다의 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자리를 잃었던 손발이 다시 몸통에 달라붙는다. 가슴 안쪽에서 둔탁하게 무언가가 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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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와 3/4 박자

명일방주 스카디 & 쏜즈

모든 로도스 오퍼레이터가 무예에 정통한 것은 아니다. 분쟁 한가운데에 뛰어드는 전투원만을 상정해놓고 말한다 해도 그렇다. 오퍼레이터의 직무 배정은 특기뿐만 아니라 본인의 희망 또한 충분히 고려해 이루어진다. 이런 개방적인 인사에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광석병이 나이, 출신, 종족 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그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로도스도 어떤 지식과 경험이라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아미야의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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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묀히 / 에델바이스

명일방주 노시스 x 묀히

한 명의 이트라가 설원 위를 걷고 있었다. 그녀 한 명의 발자국만이 빙하가 시퍼렇게 깎아지른 절벽을 빙 돌아서 하얀 설원 위에 남아 있었다. 내린 지 얼마 안 된 눈은 그녀의 털부츠 아래서 소복소복 소리를 냈다. 먹구름이 갠 하늘은 쉐라그의 ‘호수’보다 푸르렀다. 이트라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구름 한 조각을 눈으로 좇았다. 햇빛이 길고 빽빽한 속눈썹 사이로 들이닥쳤다. 짙은 보랏빛 눈동자가 달처럼 빛났다. 그녀는 하늘에서 시선을


* Netflix <어둠 속의 미사> 기반 날조글 * 로도스 밖의 스카디, 심해교회에 갇힌 스펙터 *고어, 유혈표현 주의 테라의 거대한 땅덩이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에 작은 배가 떠 있었다. 노는 붉은 물살을 가르며 수평선에 삼켜지고 있는 태양으로부터 힘껏 도망쳤다. 뱃사공은 태양이 하늘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흔적에 눈이 부시지도 않은지 그저 노를 젓고 또 저었다. 은색 머리카락이 주변과 같이 붉게 물들어가는데도 그의 얼굴에는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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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밀려온 세 가지 이야기들

스카디와 에기르와 이베리아

우리는 이야기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우리의 삶이 이야기다. 이야기가 우리를 쌓아 올린다. 그것이 온전한 나의 것이든 남에게 빌린 것이든 상관없다. 그것과 우리가 닿는 순간 경계는 희미해지고 나와 내 주변을 이루던 모든 것이 한 점을 향해 녹아들어 간다. 그리고 다시 기어 나온다. 필름을 되감듯이 천천히, 그리고 애상을 남기며. 이제 나는 그 전처럼 세상을 볼 수 없다. 하얗고 부드러운 베일이 내 세상 위로 드리운다. 나는 세상을 새롭게 발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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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레스 녹턴

명일방주 글래디아 & 쏜즈 / 약스카스펙

글래디아는 닫힌 집무실 문 너머로도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의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소음이 그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함선을 설계하면서 탑승자의 안락함은 뒷 순위로 매긴 육지 사람들의 안일함에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흥, 하는 비웃음과 한숨 사이의 숨을 내뱉고 글래디아는 오늘 자기에게 떨어진 서류뭉치에 시선을 던졌다. 휴가 신청서, 여름휴가에 따른 이베리아 연락 사무소 인력 보충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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